교육 대학을 갓나온 수옥은 산간 벽촌의 조그마한 국민학교로 발령을 받고 부임해 온다. 좁다란 버스길 하나가 뚫려있을 뿐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외딴 마을로 동족들만 모여 살고 있는 집성촌이다. 수옥은 동네 어귀에서 남루한 몰골의 바보같은 거지 청년을 보고 섬뜩한 느낌을 받는다. 마을에서 깨철이라 부르는 이 청년은 같은 성씨끼리 모여 사는 이 마을에 이방인이자 거지인 이 백치 청년의 존재는 수수께끼였다. 깨철에게 호기심과 측은함을 느끼는 수옥에게 어느날 깨철이 마을 어느 남자에게 두들겨맞는 광경이 목격된다. 이유는 깨철이 사나이의 마누라와 정을 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깨철을 고자라 믿고 있었기 때문에 되려 사나이에게 비난의 눈초리를 보낸다. 이 무렵 수옥은 군복무 중인 약혼자가 찾아오겠다는 편지를 받게 된다. 수옥은 기쁨을 안고 역으로 마중갔으나 약혼자는 오지 않았다. 실의에 잠겨돌아오던 길에 폭우를 만나 물레 방아간으로 비를 피해 들어간 수옥은 그곳에서 깨철을 만난다. 그곳에서 수옥은 깨철에게 그만 당하고 만다. 이 일 이후 수옥은 깨철과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를 알게 된다. 결코 성불구자가 아닌 깨철은 마을 아낙네들의 성적 불만을 해소시켜주는 숨겨진 대상으로 유용했고 또 남자들은 아내의 부정을 외면, 그를 묵인하고 있는 것이다. 그후 깨철은 철저히 바보가 되어 익명성으로 마을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수옥은 알게 된다. 수옥은 떠나던날 새로 부임해온 여선생을 향해 빛나는 깨철의 안광을 다시 보게 한다. 수옥은 착잡한 회환을 남기며 이 야릇한 마을을 조용히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