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기 말 가마쿠라 막부의 무장 미나모토 요시쓰네의 도피 여정을 담은 노(能) 와 가부키 의 내용을 영화로 옮긴 구로사와 아키라의 첫 시대극. 원작에는 없는 수다쟁이 짐꾼 캐릭터를 주요 인물로 첨가하여 원작의 비장함을 비틀고 있는데, 당시 인기 절정이던 코미디 배우 에노모토 겐이치가 이 짐꾼 역을 맡아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데 일조했다. 노의 합창 부분을 서양식 코러스로 편곡하는 등 일본 전통 예술을 패러디한 뮤지컬영화라 할 수도 있다. 구로사와 영화로는 드물게 1시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상영 시간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태평양전쟁 말기라는 제작 상황을 반영하는 것이다. 군부의 검열이 더욱 심해지는 가운데 필름을 비롯한 제작 물자의 공급도 어려워져, 대작은 제작에 착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이 작품은 “신이 3개밖에 없어 영상과 내용이 모두 간단하다”는 이유로 먼저 촬영에 들어갈 수 있었다고 한다. 촬영지는 영화사의 뒷산이었다. 촬영 중 종전이 되어 크랭크업 무렵에는 미군들이 촬영 현장에 구경하러 오는 일도 자주 있었는데, 그중에는 구로사와가 존경해 마지않던 영화감독 존 포드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에피소드가 있다. 1945년 9월 촬영이 완료되었으나, “주군에 대한 충성이라는 봉건적 사상”을 취급하고 있다는 이유로 GHQ(연합군최고사령부)에서 상영 금지 처분을 내려,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이 체결된 후인 1952년에야 뒤늦게 개봉될 수 있었다. (한국영상자료원 - 2010 구로사와 아키라 탄생 100주년 특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