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중반의 뮤지션 비버리 글렌 코플렌드는 하나의 범주로 규정될 수 없는 전방위 예술가다. 포크, 재즈, 클래식, 블루스뿐만 아니라 일렉트로닉 음악(1986년에 녹음한 일렉트로닉 앨범 키보드 판타지는 2010년대에 다시 이슈가 되어 재발매되었다)까지 섭렵한 그의 이력 때문만은 아니다. 흑인 인권 운동이 한창이던 격동의 시대에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대학시절엔 레즈비언으로, 이후엔 트랜스젠더로 자신의 정체성을 마주한 과정 자체가 그의 예술세계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는 예술가로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기 위해” 새로운 사운드를 탐색하며 장르를 넘나드는 모험심과 젊은 세대와의 교류를 지속하게 하는 호기심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비버리 글렌 코플렌드가 걸어온 그 ‘가능성’의 세계를 함께 응시한다.